젠더와 사회 10장 "노동-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발제문

젠더와 사회 10장 <노동-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살아남기?>
신경아(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졸업 후 뭐하세요?
저자는 높은 청년실업 문제를 언급하며 류희수 작가와의 인터뷰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희수는 “꼭 취업을 해야 하는가?"를 질문하고 있다. 많은 청년들이 임금수준이 높고 근무 환경이 좋으며 고용 안정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입사 시험이나 고시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 현실에 문제제기 한다. 그런 삶(어느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타당한 삶)이 과연 내게도 만족스러울지 질문해보자고 말한다.

딴지) 그렇지만 저자가 인용한 희수의 글을 보면 “엄마가 전세자금을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전세금 대출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되고,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어쨋든 간에 살 집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차이를 만든다. 이러한 희수의 상황을 들면서 “우리 모두 희수처럼 노동에 의문을 제기하고 주체적인 자아실현을 하며 살자!"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은 기만이 아닌지.

노동자, 그 이름이 낯선 이유
'노동'이란, 인간이 생계를 위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을 가리키며, '노동자'란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판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우리들 대부분은 노동자다. 그렇지만 '일', '직업', '근로' 등이 더 익숙하게 사용되며, '노동'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노동자'라고 하면 공사장에서 일하는 육체노동자나 머리띠 질끈 매고 파업 시위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처럼 노동자라는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 것일까?
(1) 노동 중심 사회이면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다. 60년대 노동집약적 공업화로 경제발전을 이룩하면서 노동자들은 가장 주요한 통제의 대상이 되어 왔고, 그러한 사회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는 낮은 임금으로도 열심히 일하는 유순한 노동력을 형성하기 위해 노동 3권을 불법화하고 노동조합 조직을 막는 등 노동을 적극적으로 통제했다. 이렇게 형성된 초기 근대화 시절 노동을 대하는 자세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노동자의 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을 말한다. 즉 노동자가 근로조건 등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단결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단결권(the right to organize)과, 노동조합 등이 임금, 노동시간, 보건ㆍ후생 등 고용의 기본적 조건에 관한 문제를 사용자측과 단체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the right to bargain collectively), 그리고 노사간에 단체교섭을 통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분쟁을 해결하기 위하여 파업 등을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the right of collective action)을 총칭하여 노동3권이라 한다.]
(2) 노동의 위계가 뚜렷하고 노동자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육체노동과 사무직의 위계가 확실하게 구분지어져 있고 같은 계급에 속하는 사람 또는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다.
(3) 해방 이후 한국사회의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과 분단 상황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남한과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의 대립은 노동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한국사회에서 극도로 위축시켰고(“공산주의자다! 빨갱이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강력한 지배로 노동운동의 이미지는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세계적으로 노동 3권은 당연히 보장되는 기본권이며, 노동운동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은 이미 50여년 전 냉전사회가 끝나면서 사라졌지만,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만연하게 남아있으며, 이는 매우 후진적인 현상이다.

이런 사회적 정서는 우리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1) 개인적인 차원에서 노동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기 어려워진다.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 3권이 뭔지 모른다. 제도 교육을 통해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은 후에야 노동자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찾아보게 되는데, 우리 (거의) 모두는 후에 노동자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제도 교육을 통해서 노동자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독일의 고등학교 과목 중 “경영" 시간에는, 학기 중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에 하나로, 학생들을 노측과 사측으로 나누어 파업 합의를 도출해 내는 토론 프로젝트를 한다.)
(2) 집단적인 차원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무관심을 낳으며, 이는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저해하는 조건이 된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 정체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노동조합에도 무관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활발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노동자들이 더 나은 노동조건을 누린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ex MBC 평균연봉 9285만원, CJ E&M 평균연봉 6975만원. 현대차 초봉 5800만원, 쌍용차 초봉 4400만원.) 한국 여성의 경우 노동조합 조직률은 1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젠더와 노동시장
현대에는 과거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들 하며, 때때로 '역차별'의 시대라는 이야기 까지 나온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는 정말 향상되었나? 노동시장의 각종 지표들은 여성의 노동시장 내 지위가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며, 매우 후진적임을 보여준다. 본 장에서는 M자형 노동 생애 유형(경력단절), 임금 격차, 비정규직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성차별적인 실태를 살펴본다.

* 여성의 고용률과 M자형 노동 생애 유형
여성의 연령별 고용률 그래프를 보면 M자형 모습을 보인다. 이는 여성들이 30대 때 결혼 및 임신/육아로 인해 퇴직한 후 40대에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사라진 형태다. 30대에 노동시장에서 탈락된 뒤에 다시 진입할 때에는 20대 때 일했던 곳과 비슷한 수준의 직장을 구할 수 없고, "중년 여성의 일자리"로 낙인찍힌 하위 사무직이나 서비스직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343쪽 그래프, 344쪽 표)
그렇다면, 다른 사회에 비해 한국 사회에서 유난히 경력 단절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1)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불충분하다.
2) 한국의 장시간 노동 체제와 기업의 일 중심적 문화가 갖는 문제다.
3)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성별 분업 의식이다.
딴지) 위의 세 이유만으로 경력단절 현상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과 2)가 경력단절 현상의 주된 이유라면, 왜 남자에게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남자는 일과 가족을 양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인가? 남자는 장시간 노동 하지 않고 남자가 일하는 기업은 일 중심적 문화가 없는가? 1)과 2)를 주된 이유로 꼽는 것은 경력단절 현상이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과 2)를 이유로 대기 위해선 3)이 먼저 나와야 하고, 3)으로 인한 문제를 증폭시키는 부수적인 이유로서 1)과 2)를 언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경력단절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왜 직장을 그만두는가?" 뿐 아니라 “왜 휴직 이후 돌아갈 수 없었는가?"도 함께 질문해야 한다.
그 이유로는
  • 여성의 능력을 평가절하하는 시선 (그로 인해 어차피 승진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됨)
  • 직장에서 성구매를 통해 구축되는 남성연대
  • 출산 휴가 및 육아 휴직에 대한 부정적 시선 및 제도 미흡
등이 있을 것 같다.

성별 임금 격차
2012년의 통계자료를 보면, 여성의 임금은 남성의 임금에 비해 63%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격차는 45~49세에서 가장 커진다. 노동시장 진입기인 20대 후반에는 성별 임금 격차가 크지 않으나, 40대 후반이 되면 그 정점을 찍는다.
이러한 성별 임금격차는 왜 발생하는가?
1)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성별 분포가 다르다
2) 성별 직업 분리. 여성들이 임금수준이 낮은 저임금 직종이자 하위직급에 몰려있는 현상
3) 교육과 경력등의 이유로 여성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4) 차별로 인한 결과 (30~50퍼센트)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여전히 OECD 꼴찌(시사인)"

- 한국에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전체 여성의 평균소득은 남성의 55%수준.(남성보다 45% 낮음)
??? : 여자는 파트타임이 많아서 아님?
- 이 중 파트타임을 제외한 전일제 여성의 중위소득을 보면 남성보다 36.7%낮다. (OECD 국가 중 독보적. 대부분 OECD 국가에서는 격차가 20%미만이고 가장 낮은 네덜란드는 5.6%)
??? : 장년층 이상에서만 그런 거고 젊은 세대는 여성상위시대인 것 같은데?
- 2010/2011년 대졸자의 졸업 직후 소득을 비교한 결과 여성이 남성보다 21% 낮았다.
??? : 여자는 인문사회 / 남자는 공학 전공이 다른데?
- 전공을 통제하고 비교해도 여전히 20% 낮다는 결과가 나옴. (전공으로 인한 소득차이는 1%)
??? : 에이 그러면 능력 차이가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
- 교육대학 졸업자는 8%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음. 이 8%도 군복무자가 호봉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사와 같이 정부의 임금 규제가 크게 작용하는 분야는 남녀임금격차가 사라짐. 즉, 다른 분야의 임금 격차는 구조적차별에서 나오는 것.

의문) 2)는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4)로 인한 결과로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임금 낮은 일자리가 여성의 일로 여겨진다, 가 아니라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것에 제대로 된 금전적 지불을 하지 않고 임금 후려치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비정규직
한국의 노동시장이 보이는 특징적인 현상은 높은 비정규직 비율이다. 여성 노동자의 60퍼센트 가량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이렇게 높은 비중은 세계에서 그 예를 찾기 어렵다. 이렇게 된 데에는 만연한 경력단절 현상이 한 몫을 했다.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로 인한 직장의 상실은 여성을 불안정하고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지위로 제한해 왔다. 351쪽의 <그림5>를 보면, 20대에는 정규직 고용률이 더 높은 반면, 정규직 고용률은 30대와 40대를 걸쳐 급격히 감소하고, 40대에 비정규직 고용률이 크게 증가한다. 40대에 노동시장에 재진입하는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고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높은 비정규직 비율은, 여성 노동자를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게 하고 사회보험 등 각종 복지 혜택의 사각지대로 몰려나게 한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중 오직 30퍼센트 가량만이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와 성차별
한국의 노동 시장 조직문화는 매우 남성중심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성별 임금격차 및 비정규직 문제 뿐 아니라, 고용 시에 배제되는 문제를 야기하며, 설사 이런 문제들을 모두 이겨내고 힘겹게 고용이 되었더라도 여성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노동을 지속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본 장에서는 크게 다섯가지를 꼽고 있다.

(1) 채용 시 차별
“하나은행도 '채용 성차별'…여성 지원자만 커트라인 높였다(출처 : SBS 뉴스)
“은행권 채용 차별에 여성들 분노...국민은행 이어 하나은행도 ‘남성 특혜’(여성신문)"
“최종 면접 단계에서도 ‘남성 특혜’가 작용했다. 하나은행은 최종 임원 면접에서 합격권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에 있던 남성 2명을 대신 채용했다. 2013년 최종 합격자 중 남성은 201명, 여성은 28명에 불과했다. 차별이 없었다면 서류전형 단계에서 여성 합격자는 619명이 늘고, 남성은 그만큼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남녀 차별 없이 커트라인을 적용하면, 하반기 공채의 경우 남녀 성비는 1 대 1.04로 차이가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2) 성별 직무 분리
여성이 하위 직급에 몰려있는 현상(유리 천장). 여성을 조직의 주변적인 업무에 한정함으로써 여성이 조직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는다.

(3) 조직 문화의 남성중심성
야근과 회식, 술자리. 흔히 ‘1차는 삼겹살과 소주, 2차는 노래방’이라고 한다.
추가) 그런데 ‘2차는 노래방’에 숨어있는 말은 ‘2차는 성구매’일 것 같다. 이런 기업 문화에는 여성이 제대로 적응할 수도, 그리고 여성의 자리도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책에서는 “칼퇴근을 하고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는 여성 직원"이라고 서술했지만, 술을 좋아하고 회식 자리에 남고 싶어했던 여성 직원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2차는 가지 말고 집에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문화(성구매)가 있지는 않았을지. “2차는 우리끼리 좋은 데 갈게, 너는 이제 들어가."라는 말을 들었다던 친구, 친구의 친구, 등등등...이 생각난다.

(4) 가사노동과 돌봄은 여남 모두의 책임이지만, 한국의 기업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음.
육아휴직하는 남성은 극소수에 불과. 조직에서는 그것이 낙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 남성중심적 조직 문화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직장 내 성희롱
원하지 않는 성적 관심은 타인의 노동권을 침해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무엇이 직장 내 성희롱인지, 그것이 어떤 경우에 발생하며 왜 문제가 되는지 등 개념적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발생 초기부터 단호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평등을 향한 실천
노동시장과 조직 안에서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노력으로 저자는 네 가지를 꼽는다.
(1) 국가와 사회의 실천
지금까지는 필요에 따라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여성을 '도구'로서 활용하는 접근 방법이 아닌, 정당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갖는 '국민'으로 접근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비판, 감시와 요구에 의해서만 국가의 정책 방향이 바뀌고 기업의 관행과 제도, 문화를 변화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2) 일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며 평생 일을 계속해 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공공선과 노동자의 권익을 고려하는,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다양한 실험에 관심을 가져야. (-> 그걸 해서 먹고 살 수 있어야 해보든 말든 하는 것 아닐까?)
(3) 여성과 남성 모두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저녁이 있는 삶’ (-> 이거 개개인의 노력으로 성취 가능한 것인가?)
(4) 노동시장과 조직 문화 속에서 성평등의 수준을 높여 가려는 여성과 남성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성평등은 여성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남성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왜?? 왜 여성에게만 유익하면 안되지? 성평등이 여성에게만 유익한 것이라면 성평등을 추구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 성평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모두"에게 “유익"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 되어야 한다. (<-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일까?)

딴지) (2), (3), (4)는 노동시장에서의 성평등을 이룩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남성중심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된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일이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고민하지 않아서 채용 면접 때 “결혼은요? 남자친구는?" 이라는 질문을 듣는가?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경력단절 되는가? 성평등 수준을 높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안해서 임금 후려치기를 당하는가?
이런 개인적인 차원의 노력을 논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개인적인 차원의 노력을 어떻게 씹어왔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낙태죄 폐지 청원은 20만을 넘겼다. 그런데 거기에 국가는 어떻게 반응했는가? 행동으로 옮긴 것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개인적인 차원의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국가의 노력과 제도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의식 타령을 하기 이전에, 육아휴직 후 복직 시 불이익을 가하면 크게 처벌하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하고, 이번 은행들의 채용시 성차별과 같은 문제들이 밝혀졌을 때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직장 내 업무 분리, 인사고과 시의 불이익은 없는지 지속적인 감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직장 내 성범죄 또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처벌하는 법안/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식의 제도적 장치가 먼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여성주의 개념을 다루는 책이라면, 이런 구조적인 공고한 힘이 가해지는 현실에서 개인적 차원의 노력, 의지, 관심을 운운하기 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